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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무신집권 시기, 권력자의 집은 국가 대소사를 좌지우지하는 공간이자 자신의 사적 욕망을 투영하는 세계였다. 이들은 자신들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무척 신경을 썼다. 4대 60여년간 권력을 장악한 최씨 집안에서 사치의 극치를 볼 수 있다.
최충헌은 황제가 사는 대궐과 비슷한 규모의 집을 지었다. 당시 토목공사가 대단해 나라 안이 시끄러웠는데 "몰래 사내아이와 계집아이를 잡아다가 오색 옷 nh카드 을 입혀서 네 모퉁이에 묻어 공사의 해로운 기운을 물리친다"는 유언비어가 돌 정도였다.
이 틈을 타 무뢰배들은 최충헌에게 아이를 바치기 위해 어린 아이들을 잡으러 다녔으며, 아이를 가진 사람들은 모두 아이들을 깊이 숨겼다. 최충헌이 어사대(御史臺)에 명령을 내려 시가지에다 "인명은 매우 중요한데, 어찌 사람을 땅에 묻어서 재앙을 물리친단 신용평가사자격증 말인가. 어린이를 잡아가는 사람이 있으면 붙잡아서 신고하라"는 방을 붙인 뒤에야 사태가 수습됐다. 그만큼 권력자가 벌이는 집안 공사가 사치스럽고 유별났다는 얘기다.
장남 최우는 아버지를 능가했다. 그는 집에 큰 누각을 지었는데, 누각 위에는 손님 1000명을 앉힐 수 있고 그 아래는 수레 100대를 나란이 세워놓을 만했다. 동쪽에는 불 경기도취업지원 상을 안치한 감실이 있었는데, 불사를 행할 때 수백 명의 중들을 맞아들여도 여유가 있을 정도였다. 남쪽에 설치한 격구장은 길이가 400여 보(약 400미터 이상)되고, 주변 담장은 수리(數理, 수 ㎞)에 뻗쳐 있었다.
최우는 그 곳을 철저하게 자신을 위한 유희의 장소로 사용했다. 당시 무신집권자와 가깝게 지냈던 문신 이규보는 자신의 시문집 loan 인 '동국이상국집'에 "최우는 재추(宰樞, 재상급 고위관료)와 기로(耆老, 연로한 퇴직 재상들)들을 불러 연회를 베풀며 격구를 관람했는데, 어떤 때는 5~6일간 계속하기도 했다. 재능이 있는 사람에겐 그 자리에서 작(爵)을 상으로 줬다"고 묘사했다.
이들의 쾌락 뒤에는 백성들의 괴로움이 자리했다. 최충헌과 최우는 자신의 집을 넓히기 위해 론테크 인근에 있는 수백개의 민가를 허물었고, 백성들도 강제로 동원했다. 심지어 최우는 격구를 할 때마다 마을에 있는 백성들을 동원해 물을 뿌려 먼지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도 했다.
위정자들의 '흑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나. 870여년이 지난 현대에도 국정을 돌보는 공적 공간이 사심을 담을 수 있는 공간과 혼동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용산 대통령실 경내 대통령경호처 체육시설인 '충성관'에 스크린야구장과 스크린골프장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할 당시엔 있지 않았고, 2023년에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시설은 윤석열 대통령의 집무실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명목상은 경호관들 체력단련용이다. 하지만 시설 자체만 봐도 경호관 체력단련과는 거리가 있다. 윤 대통령 전용 시설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경호처는 "보안시설과 관련해선 확인해드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사적공간 관련 의혹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선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사우나와 스크린골프장 등의 시설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김성훈 경호처 차장은 "관저에 사우나도, 스크린 골프장도 없다"고 부인했다. 당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도 "아주 검소하고 초라한 관저"라고 주장했다.
아직까지는 정확한 사실관계가 규명되지 않았지만, 대통령과 관련된 공적시설에서 이런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대통령실과 관저는 무신 집권기의 사택과 달리 특정인의 자산이 아니다. 신분제적 논리와 힘으로 좌우되지 않는 민주국가에서 이런 논란이 이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물론 그 공간을 개조하기 위한 노동에 국민이 동원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공간은 국민의 피와 땀이 섞인 세금으로 운영된다. 결국 그 모든 것은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할 때부터 '혈세 수천억원'을 낭비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실을 '본인만을 위한 테마파크'로 지을 심산이 아니었다면, 지금이라도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철저히 밝혀야 할 것이다. 그것이 대통령실 운영을 위해 세금을 대는 국민들에 대한 예의다.
김세희 정치정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