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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베스트셀러 '21세기 자본'의 토마 피케티와 '정의란 무엇인가'의 마이클 샌델이 불평등을 주제로 맞붙었다. 신간 '기울어진 평등'은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와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지난해 5월 20일 파리경제대에서 만나 진행한 대담을 편집한 책이다. 올해 초 영미판은 '평등', 독일어판은 '미래의 전투: 21세기의 평등과 정의'란 제목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출간됐다.
책은 경제적·정치적·사회적 불평등의 해악과 격차 완화를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유럽과 미국을 대표하는 두 석학이 서로의 의견에 동의하고 hk저축은행 추가대출 반박하면서 대담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사회를 구상한다.

아테네로 회귀? 샌델 "대입과 선거에 추첨제를..."



토마 피케티(왼쪽)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와 마이클 샌델 미 하버드대 교수가 지난해 5월 프랑스 파리경제대에서 대담을 진행하고 알바 있다. 와이즈베리 제공


두 석학의 이견은 부모의 소득에 따른 교육 격차를 완화할 방법론에서 두드러진다. 우선 샌델은 추첨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버드대나 스탠퍼드대 같은 아이비리그는 보통 한 해 지원자가 약 6만 명이고, 최종 합격자는 2,000명이다. 그는 이들 대학을 예로 들면 국민건강보험공단 ①입학사정위원회가 약 6만 명 중 자격을 갖춘 2만5,000~3만 명을 선발하고 ②이 중 추첨을 통해 최종 합격자 2,000명을 뽑자고 제안한다.
샌델은 대입추첨제가 대학의 계층 구성을 바꾸는 동시에 능력주의의 신화를 깨뜨릴 수 있다고 본다. 특정 결과를 오롯이 '내가 잘해서'(혹은 '내가 못해서')로 돌리는 오만(혹은 열패감)의 사회적 대우자동차할부 폐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합격자에게) 자신의 입학에 많은 행운이 따랐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승리와 패배에 대해 지금과 같은 광란의 대입 제도가 부추기는 태도를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피케티는 이에 회의적이다. 그는 대입에서 저소득층 비율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에 무게를 싣는다. 추첨제로는 소득 계층을 섞는 데 부산파산면책 한계가 있다고 본다. 하버드대의 경우 소득 하위 50% 가정 출신의 학생을 전부 합한 것보다 상위 1% 가정 출신의 학생이 더 많다. 그는 "당신네 학생 중 적어도 50%는 부모의 소득이 이 나라 하위 3분의 2에 속하는 계층에서 나오도록"하고 충족하지 못하면 면세 혜택 박탈과 같은 엄격한 제재를 받도록 대입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경우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 인원은 모집정원의 10% 정도다.
샌델은 의회 구성의 대표성을 높이는 방법으로도 추첨제를 제안한다. 하나의 기구는 선출된 대표로, 다른 기구는 추첨으로 뽑은 시민들로 구성되는 원(院)을 만드는 방식을 예로 든다. 그는 추첨제로 정치에서 돈의 역할을 줄이고, 공직의 순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를 차용한 것이다. 그는 "배심원단이 유무죄를 결정할 수 있다면, 왜 추첨으로 뽑힌 대표들이 대의기구와 더불어 공동선에 관해 숙의할 수 없겠냐"며 반문한다.



시민들이 2023년 6월, 미국 워싱턴에 있는 연방대법원 앞에서 '소수인종 우대 대입 정책'(어퍼머티브 액션) 위헌 결정에 항의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반면 피케티는 반대한다. 인도처럼 더 정교한 방식으로 의회의 대표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있다고 봐서다. 인도는 1950년 이후 선거구의 25%를 무작위로 골라낸다. 그리고 이 25% 선거구에서는 모든 정당이 지정 카스트(불가촉 천민 계급)와 지정 부족(피차별 소수 민족) 출신의 후보를 내야 한다. 의회는 목표한 집단의 인물로 자연스럽게 특정 비율(25%)을 달성하게 된다.

"불평등, 크게 줄어들 것..." 역사의 희망
경제적 불평등은 소득 격차에서 끝나지 않는다. 정치적, 사회적 불평등과 맞물려 있다. 최하위와 최상위 계층 간 임금 격차가 1대 200인 사회에서 이건 단순히 돈의 문제로 남지 않는다. 한 시간에 벌어들인 소득으로 다른 사람이 1년 내내 일하게 할 시간을 살 수 있다면 이는 사회적 격차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두 석학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최저임금 아닌) 최고임금제, 누진세, 교육과 의료 등 공공재의 탈상품화(공공영역화) 등 여러 방안을 고민하며 화두를 던진다. 유럽도, 미국도 100년 전과 비교하면 상위 10%와 하위 50% 간 소득 격차는 줄어들었다. 1차 세계 대전 때까지만 해도 스웨덴은 남성 인구 중 상위 20%만 투표할 수 있었고, 그중에서도 재산에 따라 1표부터 100표까지 던질 수 있었다. 그런 나라가 지금은 세계적 복지 국가로 칭송받는다. 공고한 신자유주의 질서에 무기력함을 느낀 독자라도 "(역사적으로) 이 모든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었다"는 석학들의 이야기에 희망을 품고 귀를 기울이게 된다.



기울어진 평등·토마 피케티, 마이클 샌델 지음·장경덕 옮김·와이즈베리·152쪽·1만7,800원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